아일랜드 소도시 뉴로스에 사는 빌 펄롱은 나라 전체가 실업과 빈곤으로 혹독한 겨울을 지내고 있지만, 석탄과 장작을 팔며 큰 부족함 없이 안정되게 생활하고 있다. 일해서 가족을 먹여 살리고, 딸 다섯을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어서 가장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날, 펄롱은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나간다. 수녀원은 직업 여학교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탁을 확실하게 한다는 평판을 듣는 동시에 흉흉한 소문이 도는 곳이다. 우연찮게 펄롱은 여자아이가 더러운 바닥을 닦는 것을 목격하고, 도망가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수녀원은 마을 전반에 걸쳐 연결되어 있고,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그곳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은 생각조차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고민하는 그에게 아내와 이웃 사람들이 말했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 척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펄롱은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사생아로 태어난 자신과 집에서 쫓겨난 어머니를 살게 해주었던 미시즈 윌슨. 그녀는 펄롱을 돌보고 잔심부름시키고 글을 가르쳐 주고 약혼할 때 축하금을 주었다. 미시즈 윌슨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수녀원에서 본 여자아이처럼 살았거나 어머니가 수녀원에 끌려가서 고통받았을지도 모를 거로 생각한다. 한편으론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면 현재의 안락함이 고통으로 바뀔 수 있고, 딸들의 교육마저 망칠 수 있다는 생각에 갈등한다. 마침내 펄롱은 결심한다. 서로 돕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여자아이를 구해 집으로 향한다.
소설에 나오는 막달레나 세탁소는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카톨릭교회에서 운영하고 아일랜드 정부에서 지원한 여러 시설 중 하나다. ‘타락한 여성’을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설립하여 성매매 여성, 혼외 임신한 여성, 고아, 아름다워서 남자들을 타락시킬 위험이 있는 젊은 여성까지 마구잡이로 수용했고, 교회의 묵인하에 착취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종교 시설이나 염전 노예, 장애인 노동력 착취 등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때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흥분하고 속상해했다. 그렇지만 주위에서 일어난다면 나 역시 묵인하고 못 본 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삶을 위협하고 불안하게 한다면 선뜻 나설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펄롱은 미시즈 윌슨의 도움을 받았고, 아버지로 추측되는 네드의 보살핌을 받았다. 구두를 닦아주고 구두끈을 매주고 첫 면도기를 사주고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준 네드. 그런 고마움이 모여 여자아이를 보호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든 걸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펄롱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주변에 있을 때 작은 마음을 내어줄 정도의 용기가 내게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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